서울고등법원 2022. 6. 16.자 2021노1939
[업무상횡령·업무상배임·업무상횡령]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
판결
- 사건
- 2021노1939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일부 인정된 죄명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업무상횡령
- 피고인
- A
- 항소인
- 쌍방
- 검사
- 문종배(기소), 신교임(공판)
- 변호인
- 법무법인(유) 율촌
담당변호사 이재근, 오정한, 김상영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8. 선고 2020고합766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0. 8. 선고 2020고합766 판결
- 판결선고
- 2022. 6. 16.
주문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가. 피고인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요트 구입으로 인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각주1>위반(횡령)의 점]
가)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요트를 독점적․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였으나, 그와 같은 목적으로 구입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실제 이 사건 요트를 인도받기 전 매각되어 피고인이 이를 사용한 적도 없다). 오히려 이 사건 요트를 판매한 P의 진술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주식회사 B<각주2>의 마케팅(광고주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등)에 활용하고, 임대업에 활용할 목적으로 이 사건 요트를 구입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인정된다.
나) B는 피고인의 1인 회사로서 피고인은 업무 관련 자금 지출에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있었고, 이 사건 요트 구입에 지출된 B의 자금은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아니었으며, 이 사건 요트를 B의 소유 명의로 취득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사건 요트 구입 행위가 B의 이익에 반하거나 B에 어떠한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
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의 증명력과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C에 대한 특정경제범죄법위반(횡령)의 점(AI에 대한 급여 지급 부분)]<각주3>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무만을 담당한 다른 수행비서들과 마찬가지로 AI 역시 피고인의 사적인 용무를 보좌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고, 간혹 피고인과 회사 사이에서 중간 연락자 정도의 역할을 부수적으로 담당하였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AI가 피고인의 대표이사 업무 수행을 위한 비서 역할을 주된 업무로 담당하였다고 보아 C의 자금으로 AI에 대한 급여를 지급한 부분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등 주장에 대하여
1) 관련 법리
회사 소유 재산을 대표이사가 사적인 용도로 임의 처분하였다면 그 처분에 관하여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결의가 있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횡령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는 것이고, 업무상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은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으며(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도3045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도3045 판결 등 참조), 불법영득의 의사는 내심의 의사에 속하여 피고인이 이를 부인하는 경우 이러한 주관적 요소로 되는 사실은 사물의 성질상 그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6대법원 2010. 6. 24. 선고 2008도6756 판결 등 참조).
2) 원심 판단의 요지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의하면, 피고인이 독점적․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B의 자금으로 이 사건 요트를 구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매수대금 상당액을 B의 소유 자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행위는 불법영득의사에 기한 업무상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가) 피고인이 주장하는 요트 대여사업은 광고매체판매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B나 C의 사업 목적과 무관하다.
나) 이 사건 요트 구입 시 다양한 구매 조건을 B 실무진의 검토 없이 피고인이 단독으로 결정하였으며, 매매계약 체결 전후로 담당부서가 지정되거나 신규 사업 진출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익성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 이 사건 요트 구입 전부터 요트 대여사업을 구상하고, M와 위탁 운영에 관하여 구체적인 협의를 하였다는 취지의 S의 원심 법정진술<각주4>과 2019. 8. 21.자 P의 진술서(증거순번 108번) 내용은 ① P이 원심 법정에서 “요트 ‘구매 후 입항 전 사이의 시점’에 이 사건 요트를 사업용으로 구매하는 것임을 최초로 알게 되었고, 위탁 운영에 관한 설명도 ‘구매 이후’에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진술한 점, ② B의 경영지원담당인 R도 검찰에서 ‘M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냐’는 질문에 ‘피고인이 요트 구입계약을 하고 지시를 내린 이후 실무자들이 세금 관련 부분 등을 확인하기 위해 M와 연락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점, ③ 지원팀장이었던 L는 검찰에서 요트 사업 관련 문서가 없었다고 진술하였는데, R와 L 모두 원심 법정에서는 수사기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던 S 작성의 한 장짜리 검토보고서를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고 진술한 점, ④ S가 원심 법정에서 위 보고서를 찾아보았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
라) 이 사건 요트 구입 자금이 지출된 2016. 10. 31.경은 B와 C 간 합병을 일주일 앞둔 시기로, 위 합병으로 B의 임의적인 자금 집행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상황이었다. 합병법인 C의 대표이사 AZ은 요트 구입 당시 구입 사실 자체를 모르다가 사후에 자산 현황을 보고받을 때 알게 되었고, C에 법무 담당 직원이 별도로 있었음에도 해당 직원들이 이 사건 요트의 안전 검사, 보험 가입, 등기 절차 등을 진행하지 않았으며, 지주사에도 요트 관련 신규 사업에 관한 보고가 이루어진 바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C가 이 사건 요트에 대하여 실질적인 관리나 지배를 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마) B 및 C의 사업목적, 매출규모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요트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이를 광고주 상대 영업활동이나 임대목적으로 구입할 사업상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바) 이 사건 요트에 관한 언론의 취재가 이루어지자 지주사인 J 주식회사가 C에게 매각을 강력히 권고하였고, R는 2018. 4.경 피고인의 수행비서 팀장인 AI에게 ‘피고인이 회사 자금으로 요트를 구입했기 때문에 횡령․배임 소지가 있고, 회사 자금이 아닌 피고인 개인 자금으로 구입해야 한다’고 말한 사실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회사 내부에서도 피고인이 개인적인 용도로 이 사건 요트를 구입한 것에 위법의 소지가 있음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요트 자체가 아니라 그 매수대금 상당액을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B에게는 사실상 불필요한 요트를 B의 자금으로 구입하게 하여 그 매수대금 상당액을 지출하게 한 이상, 피고인의 행위는 B의 이익에 반하고 이로 인해 B에 손해를 발생시켰으므로 바로 횡령죄가 성립하며, 이 사건 요트가 B 명의로 소유권 등록될 예정이었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3) 이 법원의 판단
앞서 본 법리를 기초로 하여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까지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B의 명의와 자금으로 이 사건 요트를 구입하였다고 보이고, 따라서 그 대금 상당액을 회사의 자금으로 임의로 지출한 행위는 불법영득의사에 기한 업무상 횡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이 사건 요트 구입계약 이전인 2016. 3. 내지 4.경 R 등에게 이 사건 요트를 이용한 광고주 마케팅 및 임대업 검토를 지시하였고, 이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위와 같은 목적으로 2016. 10.경 이 사건 요트 구입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변소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당심까지도 위와 같은 목적과 절차 아래 구입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원심이 인정한 사정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이 사건 요트를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할 목적이었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많은 이상, 피고인은 이 사건 요트 구입에 사용된 B의 자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써 횡령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나) 피고인이 B의 실질적인 1인 주주로서 회사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로서 그 이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요트를 구입할 무렵인 2016. 10.경 B의 직원은 68명, 자산총계는 약 957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100억 원 정도의 회사였다. 이 사건 요트의 구입 대금은 약 14억 원으로 위와 같은 B의 자산, 순이익 등의 규모에 비추어 적지 않은 금액이고,<각주5> 요트 임대업 등은 B의 사업 목적과는 전혀 별개의 사업에 해당함에도(B나 C에서 광고업 이외에 신규사업을 추진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규사업 진출 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사업비용과 매출액 예상 등의 검토를 한 바 없으며, 사업 목적 추가를 위한 정관의 변경이나 그에 필요한 이사회의 결의 등 내부적인 절차를 형식적으로라도 거친 사실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각주6> 더욱이 이 사건 요트 구입 무렵에는 C와의 합병을 앞두고 있었고 합병될 경우 피고인이 주장하는 요트 사업은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의 신규사업에 해당하여 지주사인 J 주식회사와 사전 공유하여야 하고 유관부서와 합의를 거쳐야 함에도 그와 같은 절차를 거쳤거나 거칠 예정이었던 사실도 없고,<각주7> 합병 당시 C의 대표이사인 AZ도 그러한 신규 사업을 보고받거나 이 사건 요트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2016. 10.경 이 사건 요트 구입 이전 임대업 등 관련 구체적인 법적 검토를 하고 계약을 담당한 실무자가 B의 재무팀장인 S였고, S는 M 측의 P과 위탁운영 등에 대하여 여러 차례 문의한 후 요트 임대업 등에 대한 법적 검토 결과를 1장짜리 보고서로 작성하여 보고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S는 2017. 10.경 피고인의 수행비서인 AI로부터 ‘(이 사건 요트는) 영국에서 제작중이고 한국으로 들여오는 기간은 약 2달 정도 보셔야 된다 합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후 AI에게 ‘요트 관련해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려면 누구랑 얘기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어 P의 연락처를 전달받았던 점, 이 사건 요트 구입 과정에서 M 측에서 관여한 직원은 P<각주8>이었고 다른 직원이 담당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S는 2017. 10.경까지도 M 측에서 이 사건 요트 판매를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각주9> 또한 피고인으로부터 R, S와 함께 이 사건 요트와 관련된 광고주 마케팅과 임대업에 관한 검토를 지시받았고, S가 작성한 보고서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L는 수사기관에서는 ‘이 사건 사업 관련하여 문서가 작성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고, R도 수사기관에서 ‘요트 구입과 관련하여 B나 C 내에 해당 업무 담당자가 없었고, 구입 당시 회사 실무자들이 동행한 적이 없으며, 피고인이 수행비서들을 데리고 다녔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S는 단지 피고인의 지시로 이 사건 요트 구입을 위한 회사의 자금 집행만을 실무적으로 담당한 것일 뿐, 요트 구입 전부터 피고인이 계획하였다고 주장하는 회사 차원의 신규 사업을 검토하거나 이를 담당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며, 오히려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보고서는 당초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일 뿐이다.
라) 피고인 측의 직원 진술 외에 B의 직원 등이 이 사건 요트의 구입 결정, 계약 체결 및 요트 인도 전까지의 과정에 관여하거나 법적․사업적 검토를 하였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반면, 피고인이나 R, P 등의 일부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평소 요트에 관심이 많아 김포 등으로 요트를 보러 다니고 P과 직접 이 사건 요트의 종류, 옵션, 가격 등을 협의하고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이 사건 요트에 관한 부정적 언론 취재 이후 지주회사의 매각 지시에 따라 처분한 사실만 인정될 뿐이다.
마) P이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의 자택과 회사를 수개월에 걸쳐 수회 방문하였고, 회사에서 피고인과 회의를 할 당시 B의 직원들도 참여한 적이 있었다’, ‘요트 구매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협상을 하고 협의를 했던 상대는 피고인도 있었고 S 팀장도 있었으며 그 외 다른 분들도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① P은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요트의 사용목적이나 용도에 대하여는 모른다’는 취지로 명백히 진술하였고, 원심 법정에서도 B의 담당자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진술한 점,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S는 2017. 10.경에서야 P의 존재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이고, R도 B의 직원이 아닌 피고인과 수행비서들이 구매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P의 원심 법정에서의 위와 같은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바) 한편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요트를 이용한 광고주 마케팅의 경우, 사용에 따라 그와 같은 가능성이 일부 있을 수 있겠으나, 앞서 본 요트 구입 과정과 옵션과 가격 등의 의사결정, 그 과정에서 회사 내부의 검토나 절차의 흠결, 기타 전후 정황을 종합하여 보면, 그러한 유용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거나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뿐 이 사건 요트를 피고인의 개인적․독점적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구입하였다는 위와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나. 검사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하여
1) 원심의 판단 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원심 판시 범죄사실 제2의 나. 1)항 기재 10명의 개인 수행비서들에게 지급한 급여 외에도 AI에게 2016. 11.부터 2018. 6.경까지 총 20회에 걸쳐 급여 합계 101,337,580원을 C의 자금으로 지급하였고, 이로써 업무상 보관하는 C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AI가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무를 보조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대표이사 업무 수행을 위한 비서 역할을 주된 업무로 담당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C의 자금으로 AI에게 급여를 지급한 부분이 업무상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가) C는 피고인 외 1인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경영지원담당 부서 내 전략추진팀에서 피고인에 대한 비서 업무를 전담하고 있으며, 그 외에 피고인의 업무를 보좌하는 별도의 부서나 담당 직원은 없다.
나) AI가 전략추진팀장으로서 한 업무를 살펴보면, ① 전략추진팀 내 비서들의 업무 감독, 인사 관여, ② 실무진 및 외부 인사와 보고․미팅 일정 조율 및 연락 중개, ③ 실무진의 보고사항 또는 피고인의 지시사항 전달, ④ 피고인 이동 시 수행 및 운전, ⑤ 피고인이 사용하는 피고인 명의 또는 법인 명의 차량 관리, ⑥ 피고인의 빌라 및 별장 관리, ⑦ 물품 구입, 가족 행사 준비 등 피고인 또는 그 배우자의 지시에 따른 업무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중에서 ⑥, ⑦은 개인적인 용무를 보조하는 성격의 업무이고, ①, ④, ⑤는 개인적인 용무를 보조하는 성격과 피고인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담당하는 사무를 보좌하는 성격을 모두 가진 업무이며, ②, ③은 피고인이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담당하는 사무를 보좌하는 성격의 업무이다.
다) 피고인은 2017. 5. 8.부터 2018. 6. 30.까지 한 달 평균 10일 이상을 회사에 출근하여 각종 현안을 보고받았고, 본사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등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였다. 피고인의 업무 중 ②, ③에 관하여 보건대, L, R, S 모두 원심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보고하기 전 AI에게 연락하여 일정을 조율한 후 피고인에게 보고를 진행하였고, AI가 보고서류를 피고인에게 대신 전달해주거나 피고인의 지시사항을 실무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AI가 휴무인 경우라도 실무진은 AI에게 먼저 연락하여 당시 피고인을 수행하는 비서가 누군지 알아낸 후 해당 비서에게 연락하는 방식을 취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라) AI가 실무진 및 외부 인사와 주고받은 메시지의 내용, 연락의 빈도, AI가 실무진 또는 외부 인사에게 다른 수행비서의 이름과 연락처를 수회 전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AI의 역할에 대한 원심 증인 L 등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
2)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까지 종합하여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검사 주장하는 바와 같이 관련 법리를 오해하거나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피고인은 샤리코 마리 투스병(Charcot Marie Tooth Disease)<각주10>을 앓고 있어 정상적인 보행이 어렵고 오랜 시간 업무를 볼 경우 근육이 수축되는 증상 등으로 인해 회사에 자주 출근하지 아니하고 자택 집무실에서 유선상 업무를 보거나 R 등의 임직원들이 자택으로 찾아와 업무를 보고하는 등 피고인의 사적 공간에서 업무가 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피고인의 건강상의 문제와 업무적인 특성 및 상황으로 인해 AI의 업무에 일부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무가 혼재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AI는 회사 임원 등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업무 지시를 전달하는 등과 같은 일반적인 비서로서의 역할을 주로 수행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실제 피고인의 자택 집무실에는 회사와의 내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어 AI는 이를 통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회사 업무를 처리하거나 업무 관련 자료를 출력하여 전달하는 등의 업무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와 같은 피고인의 건강 문제 등으로 인해 AI의 업무에 일부 피고인의 사적인 용무의 처리가 포함되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I가 ‘주로’ 피고인의 개인적인 업무만을 처리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나) D의 부회장이자 연간 매출액이 2,000억 원이 넘는 C의 대표이사로서의 피고인의 지위 및 위와 같은 건강 상태, AI는 2016. 11.경 이후 C 전략추진팀장으로 피고인의 수행비서 업무를 계속해 왔고, 피고인에게 AI 이외에 C 내부에 피고인을 전담하여 보좌하는 비서진이 따로 없었던 점, 피고인보다 회사 내 직급이 낮은 대표이사도 비서 1명과 운전기사 1명이 배치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AI의 업무에 일부 피고인의 개인적인 용무에 대한 처리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AI에 대하여 C의 급여를 지급함에 있어 C의 자금을 임의로 소비한다는 횡령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양형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형법 제51조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인 점과 아울러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의 이 사건 업무상횡령 및 배임 범행으로 인한 이득액은 합계 26억 원이 넘는 거액이다. 주식회사의 자금관리 및 회계처리는 엄격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장기간에 걸쳐 판시 범죄사실과 같이 거액의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여 죄책이 가볍지 아니하다. 설령 B가 피고인의 실질적인 1인 회사라고 하더라도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주체로서 그 이해가 반드시 일치되는 것이 아님에도 피부미용 대금 등 지극히 개인적인 비용까지 회사의 카드로 결제하고, 피고인에 대한 안마만을 전담하는 비서의 급여까지 회사의 자금으로 지급하는 등 B에게 상당한 손해를 끼쳤다. 더욱이 C와의 합병 이후 더 이상 피고인의 실질적인 1인 회사가 아니게 되었음에도 D의 부회장이라는 직위를 이용하여 여전히 동일한 방법으로 C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였다. 이러한 횡령 및 배임의 경위, 방법 및 그 액수 등에 비추어 보면 죄책이 무겁고 비난가능성도 크다.
다만 피고인은 개인 자금으로 C에 손실 변제 명목의 보증금 14억 원을 지급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된 실질적인 손해를 모두 배상하였고, G에 AI에 대한 급여 지급으로 인한 손해도 모두 변제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각 피해 회사의 대부분의 손해도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2021. 9. 3.경 D의 부회장직, C의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임하였고, 재범하지 아니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의 대부분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2014년경 이종의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외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피고인은 건강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다.
원심은 위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여러 양형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고형을 정한 것으로 보이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은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직업, 성행, 건강상태, 환경,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 각주1) 이하 ‘특정경제범죄법’으로 약칭한다.
- 각주2) 이하 ‘B’라고만 한다. C 주식회사의 경우에도 ‘주식회사’ 기재를 생략한다.
- 각주3) 피고인은 자신의 개인 수행비서들인 AI, AD 등에 대한 급여 합계 545,367,480원을 피해자 C의 자금으로 지급하여 위 피해자의 자금을 횡령하였다는 사실로 특정경제범죄법위반(횡령)의 점으로 기소되었는데, 원심은 위 수행비서 중 팀장인 AI에 대한 급여 지급액 101,337,580원 부분에 관하여는 업무상횡령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유무죄로 판단하였고, 나머지 444,029,900원(= 545,367,480원 – 101,337,580원)에 대하여는 업무상횡령죄를 인정하였다.
- 각주4) B의 재무팀장인 S는 원심 법정에서 ‘구매 결정 전 요트 임대사업 등(위탁 운영 포함)에 대하여 P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다방면의 검토를 거쳐 A4용지 1장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하여 R와 피고인에게 보고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 각주5) B에 자금 사용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B를 흡수합병한 C의 위임전결규정에 의하면,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의 신규 투자의 경우 지주사와 사전 공유하여야 하고 업무 유관부서와 합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는바, 14억 원에 이르는 이 사건 요트의 구입은 B와 C의 회사 규모 등에 비추어 그 자금 사용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의 내부적인 검토가 요구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 각주6) 피고인은 이 사건 요트가 실제 입항하여 인도받기 전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어 정관변경 등을 위한 내부적인 절차를 거칠 예정이었다고 주장하나, 2016. 10.경 이 사건 요트 구입 이후 요트를 인도받을 무렵인 2018. 4.경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요트 임대업을 위한 정관변경이나 임대업 운영 등에 관한 아무런 구체적인 검토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것은 쉽게 믿기 어렵다(또한 피고인은 2017. 말경 C의 매출이 좋지 아니하여 이 사건 요트를 처분할 계획이었는데, 이후 부정적인 언론 취재가 이어져 신규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 각주7) 피고인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단독 결정에 의하여 임대업 등에 사용할 목적으로 요트를 구입한 것일 뿐 그에 관한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나 정관변경 등은 C와의 합병 이후 하려고 한 것이므로, 요트 임대사업은 10억 이상의 신규사업에 해당하여 위와 같은 C의 위임전결규정에 따라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 각주8) P은 2010. 12.경부터 M에서 근무하다가 2017. 12.경부터 대표이사로 근무하였다.
- 각주9) 한편 S는 원심 법정에서 위 메시지와 관련하여 ‘2017. 10. 이전에도 P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으나 다만 그 무렵 P과 연락한지도 꽤 오래됐고, 당시에도 P이 이 업무를 계속 맡고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AI에게 물어본 것이다’, ‘배가 들어오는 공백기(요트 구입 이후 요트가 실제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에 요트가 제대로 들어오는지에 대한 관리를 하는 주관부서도 정해지지 않았고, 그 이후에 담당 업무를 누가 할지에 관하여도 딱히 생각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요트 구입계약 전 P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위 1장 짜리 보고서를 작성하여 피고인에게 보고하고 이후 이 사건 요트 구입 관련 업무를 담당한 S가 2017. 10.경에서야 AI에게 M의 담당자가 누구인지와 P의 연락처를 물어보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P은 원심 법정에서 "S와 여러 차례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련 자문을 했다는 시점은 '(선박 매매)계약하고 난 이후부터 들어오고 지금까지'이지 않을까 싶다", "S 팀장을 언제부터 만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배가 들어오기 전이니까 2017년이 맞을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여 P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P이 S와 만난 것은 이 사건 요트 ‘구입계약 체결 이후’인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 각주10) 운동신경 및 감각신경이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손상되는 유전질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