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4. 23. 선고 2024고단4771 판결
[강요미수·명예훼손]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
- 사건
- 2024고단4771 강요미수, 명예훼손
- 피고인
- A
- 검사
- 이종욱(기소), 박세혁(공판)
- 변호인
- 변호사 손영현(국선)
- 판결선고
- 2025. 4. 23.
주문
피고인을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고,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
범죄사실피고인은 <주소>에 있는 피해자 주식회사 E기업 소유의 B타워에서 위 타워의 경비업체인 C 소속 경비원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고, 피해자 H은 주식회사 E기업의 대표이사, 피해자 L는 주식회사 E기업의 사내이사이다.
피고인은 위 경비업체인 C를 상대로 수당 및 근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였다가 거절당하자, 위 H과 L에게 협박 우편을 보내고, 위 B타워 내 임차인들에게 허위 사실이 기재된 우편을 보내는 방식으로 위 목적을 달성할 것을 마음 먹었다.
1. 피해자 H에 대한 강요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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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피해자 L에 대한 강요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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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피해자 주식회사 E기업, 피해자 H에 대한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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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일부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1. H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1. 각 진술서(M, N)
1. 피고인 협박서신자료, 수사보고서(고소대리인 법무법인 F 추가 의견서 첨부 관련)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강요미수 부분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H, L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강요죄의 구성요건인 협박에 해당하지 않고, 설령 구성요건해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며, 위험성이 없는 불능범으로서 처벌되지 않는다.
나. 판단
1) 피고인이 피해자 H, L에게 보낸 편지에는 'E기업이 경비원들을 괴롭히는 비리직원을 찾지 못하면 경찰에 고발하겠다. E기업 소유 건물에서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촬영하여 언론사는 물론 용산 대통령실에까지 보낼 준비를 해 놓았다. 참고로 동영상 제목은 B타워에서 노예같은 생활을 하는 경비원들이다. E기업은 이번 일로 전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해야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다면 민노총과 연대하여 B타워 앞을 E기업 성토의 장으로 만들 것이다. 당신들은 뉴스에 수십번 머리 조아리고 H 사장님은 5년 이상 감옥에 가야겠지요. 보상 청구금액은 일인당 3억 도합 33억을 경비원들에게 보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바, 이는 회사 평판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고, 피해자들로서는 피고인이 편지의 내용대로 언론사나 국가기관에 이 문제를 제보할지도 모른다고 충분히 생각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들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기에 족한 해악의 고지에 해당한다.
2) 피고인은 경찰 조사에서 '아들 학비 관련 경비원 임금 인상을 받고 싶었고, E기업에서 겁을 먹어 추가로 보상금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진술하여(증거기록 150쪽) 목적의 정당성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앞서 살펴본 편지의 내용은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위한 상당한 수단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긴급성이나 보충성의 요건도 갖추지 못하였다.
3) 형법 제27조형법 제27조(불능범)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불능미수란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더라도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결과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없지만 다만 그 행위의 위험성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도2313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도231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강요의 대상을 착오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법익침해 가능성이 없는 경우도 아니므로 형법 제27조형법 제27조가 적용될 여지는 없다.
4)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명예훼손 부분에 관한 주장에 대한 판단
가. 단순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보낸 우편물 내용 중 '쓰레기더미' 관련 부분은 단순한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하고, 보고나 진술이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표현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이루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대법원 2021. 3. 25. 선고 2016도1499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기준으로 이 사건 우편물 내용 중 '쓰레기더미에서 식사하고'라는 부분을 살펴보면, 이는 E기업이 경비원들의 열악한 업무환경을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은 임차인들에게 알린 내용은 진실한 사실로서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우편물을 보낸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가 형법 제310조형법 제310조의 규정에 따라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처벌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는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된다는 점을 행위자가 증명하여야 하는데(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대법원 1996. 10. 25. 선고 95도1473 판결 참조), 증인 K의 증언을 포함하여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임차인들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E기업'이 경비원들로 하여금 주차료를 징수하도록 하고, 경비실 문을 열고 근무하도록 하거나 쓰레기더미에서 식사하게 하며, 경비원들을 해고하였다)이 진실한 사실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고[피고인은 E기업으로부터 경비 등 용역 업무를 도급받은 C 소속으로 경찰 조사에서 '경비반장이 그렇게(E기업이 경비원들의 휴게실 출입을 금지하고 경비실 문을 열고 근무하게 했다) 얘기했는데 E기업에서 시키지 않을 수도 있었을꺼 같다. 사실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바, 피고인 스스로도 위 내용이 진실한 사실인지 여부를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E기업은 경비인원과 별도로 인원을 책정하여 C에 주차 업무를 도급하였으므로 C가 고용한 주차업무 담당자가 주차업무를 소홀히 한 탓에 경비원들이 주차업무까지 맡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E기업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이 임차인들에게 알린 내용이 진실한 사실임을 전제로 한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각 형법 제324조의5형법 제324조의5, 제324조 제1항제324조 제1항(강요미수의 점), 각 형법 제307조 제2항형법 제307조 제2항(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형법 제40조, 제50조제50조[피해자들에 대한 각 명예훼손죄 상호간]
1. 형의 선택
각 벌금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 제1항형법 제62조 제1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1. 노역장유치(집행유예의 선고가 실효 또는 취소되는 경우)
형법 제70조 제1항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제69조 제2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피해자 H, L에게 E기업이 경비원들에게 소위 갑질을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동영상을 수사기관은 물론 대통령 실까지 배포할 것처럼 겁을 주어 피해자들로부터 사과나 돈을 지급받으려고 했고, 다른 임차인들에게도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피해자 H과 E기업의 명예를 훼손하였는바,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하였다.
한편, 피고인은 경비원들을 고용한 C에 경비원들의 고용불안,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하여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별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자 C에 경비 등 용역 업무를 위탁한 E기업 관계자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여 그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 강요죄는 미수에 그쳤고, 명예훼손죄의 경우 허위성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 정도가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이 2000년경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은 외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
위와 같은 여러 사정들과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가담 정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별지
